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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품 대신 사줘, 하면 진짜로 사다주는 쇼핑 브라우저

Basement — the web's hidden layer

인터넷 쇼핑을 하다 보면 이 사이트 저 사이트 돌아다니며 가격을 비교하는 게 은근히 피곤하다. Basement는 이 과정 자체를 AI에게 맡겨버리자는 브라우저다.

취향을 파악해서 대신 사준다

Basement 안의 AI(이 서비스에서는 “베이슬링”이라고 부른다)는 사람이 열어보지 않은 다른 쇼핑몰까지 알아서 돌아다니며 최저가를 찾고 재입고 여부를 계속 감시해준다. 사람이 매번 여러 사이트를 직접 들어가서 확인할 필요가 없다는 게 핵심이다. 조건에 맞는 게 나오면, 사용자가 정해둔 예산을 넘지 않는 선에서 대신 결제까지 해준다. 결제할 때마다 그 주문에만 쓰는 일회용 카드를 새로 만들어서, 진짜 카드 번호는 노출되지 않는다.

사고 나면 옷장에 기록이 쌓인다

구매 내역은 “클로짓”이라는 곳에 모이고, 여기 쌓인 기록을 바탕으로 다음엔 취향에 더 잘 맞는 걸 추천해준다. 같은 상품 페이지를 보고 있는 다른 사람과 실시간으로 채팅할 수 있는 기능도 있다.

한국 쇼핑몰에서도 믿을 수 있을까

여기서 의문이 하나 생긴다. 우리나라 온라인 쇼핑엔 이미 잘 알려진 함정들이 있다. 네이버쇼핑에서는 검색 결과엔 1만 원으로 뜨는 상품이 색상이나 사이즈를 고르는 순간 추가금이 붙어 실제 결제 금액이 올라가는 “옵션 꼼수”가 자주 문제가 됐고(네이버가 뒤늦게 옵션 중 가장 비싼 값을 대표가로 표시하도록 정책을 바꿨을 정도다), 쿠팡이나 스마트스토어 같은 국내 오픈마켓에는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산 물건을 그대로 가져와 조금 더 비싼 값에 되파는 “무재고 위탁판매” 셀러도 많다. 이런 셀러는 자기가 만들거나 실제로 책임지는 상품이 아니다 보니, 품질 문제가 생겨도 A/S나 환불 책임을 지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대리인 지정을 의무화하고 KC 인증을 안 받은 제품은 판매 정보를 내리도록 하는 제도까지 만든 것도 이런 “책임지지 않는 재판매” 문제 때문이다.

Basement가 내세우는 신뢰도 점수(“스코어”)는 Reddit, Trustpilot, X 같은 곳의 후기를 긁어모아 만든다. 문제는 이 세 곳 모두 영어권 서비스라, 국내 쇼핑몰의 옵션가 꼼수나 어떤 셀러가 책임 안 지는 무재고 재판매상인지, KC 인증을 받은 제품인지는 애초에 데이터로 잡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페이지만 있으면 어디서든 작동한다고는 하지만, 실제 결제 금액이 옵션 선택 후 달라지는지, 파는 사람이 문제 생겨도 책임 안 지는 재판매상인지까지 걸러줄 것이라고 기대하긴 어렵다. 지금은 미국 쇼핑 생태계에 맞춰진 서비스로 보는 게 맞다.

애초에 국내 쇼핑몰에서 결제까지 갈 수 있을까

한 가지 더 짚을 게 있다. 막히는 지점은 결제 단계만이 아니다. 애초에 “사람이 열어보지 않은 사이트까지 AI가 알아서 계속 들어가 가격·재고를 확인”하는 감시 기능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다. 사이트 입장에서 보면, 한 사용자가 같은 상품 페이지를 비정상적으로 자주, 규칙적인 간격으로 다시 불러오는 움직임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패턴은 로봇 탐지 시스템이 가장 먼저 잡아내는 신호 중 하나다.

Basement가 이 문제를 어떻게 피해가는지는 회사가 공식적으로 밝힌 게 없다. 브라우저 확장 프로그램·앱 형태라 사용자의 실제 로그인 세션과 기기에서 직접 접속하니, 데이터센터에 서버를 두고 대량으로 돌리는 전형적인 크롤링 봇보다는 사람 트래픽처럼 보일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같은 페이지를 계속 다시 불러오는 감시 패턴” 자체가 로봇처럼 보이는 문제까지 저절로 해결되는 건 아니다. 우회 방법이 있는지, 있다면 무엇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열린 질문으로 남는다.

결제 단계로 넘어가면 문제는 더 명확해진다. 국내 쇼핑·결제는 문자로 받은 인증번호를 직접 입력하거나, 카카오페이처럼 지문·얼굴로 본인 확인을 해야 끝나는 절차가 많다. 이런 절차는 원래부터 “사람이 직접 해야만” 통과되도록 만들어둔 것이라, AI가 화면을 아무리 잘 읽어도 대신 눌러줄 방법이 없다.

사이트들도 자동으로 눌러대는 프로그램을 막으려고 여러 장치를 심어둔다. 한정판 신발 거래 앱 크림(KREAM)이 대표적인 사례다. 크림의 이용 제한 안내 페이지를 보면 “매크로”라는 단어를 콕 집어 쓰진 않지만, 시세조작·자전거래, 명의도용·결제도용, 불법프로그램 제공, 접속권한 초과행위 등을 이용 제한 사유로 명시해뒀다. 실제로 크림에서 자동으로 수량·사이즈를 입력하고 결제까지 해주는 매크로 프로그램이 암암리에 만들어지고 팔리는 걸 보면(구매 대행 사이트에서 관련 상품을 찾을 수 있을 정도다), 이런 조항이 매크로 사용을 규제하는 근거로 쓰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완전히 막아내진 못해도, 최소한 “떳떳한 서비스”로 만들어 팔기는 어렵게 해뒀다는 뜻이다.

정리하면 한국형으로 이런 서비스를 만들려면 벽이 세 개다. 사람 없이 알아서 감시하고 다니는 것부터 로봇 탐지에 걸릴 수 있고, 사이트마다 다르게 심어둔 자동화 방지 장치를 하나하나 피해가야 하고, 결제 맨 마지막에 있는 “사람만 통과할 수 있는 본인 확인” 절차는 아예 우회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그러니 Basement 같은 서비스가 한국에서 그대로 돌아가려면, AI를 더 똑똑하게 만드는 걸로는 부족하고 구조 자체가 다른 문제를 풀어야 한다.

아직은 최종 구매 전에 사용자 확인을 거치긴 하지만, 쇼핑 자체를 AI에게 맡겨보고 싶다면 한번 써볼 만하다. 다만 국내 쇼핑몰에서 옵션 꼼수나 책임 안 지는 무재고 재판매상을 걸러주거나, 결제까지 매끄럽게 끝내줄 거라 기대하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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